킹메이커 유튜브 촬영일기 11 - 전라북도 전주시 (하)
- 작성일2024/03/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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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소비형태뿐만 아니라 도시의 모습도 상당히 변화시켰습니다.
유튜브 <킹메이커> 시즌1의 마지막 현장인 전라북도 전주시는 열한 번째 지역인데요, 이전에 살펴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라는 시기를 지나며 상당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데이터 중독자라고 불리는 나이스지니데이타 주시태 실장이 전주시의 35개 행정동별 매출 현황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전주시 전체 매출액 가운데 각 행정동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도심부의 서신동, 효자 5동, 전북도청 인근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에서도 서신동은 2019년과 비교했을 때 매출액이 가장 크게 상승한 지역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신동에 이어 여의동, 송천1동, 효자4동 순으로 기록됐습니다. 2022년을 기준으로 하면 혁신동도 포함됩니다. 이들 지역은 외부 방문객이 많은 곳이라기보다는 주거 밀집지역이거나, 덕진구 혁신도시처럼 새롭게 개발되는 주거단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출액 성장이 두드러진 지역은 소득수준도 높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혁신동(409만 원) > 여의동(353 만원) > 송천1동 (352만 원) 등이 35개 행정동 중 소득이 가장 높은 3개 동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전주시가 관광산업 육성에 집중했다면 코로나19 이후 전주한옥마을이 위치한 완산구 중앙동과 풍남동 등의 매출 비중이 대폭 증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출액과 소득수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오히려 신규 아파트 단지와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높은 소득을 바탕으로 한 소비가 늘어나고, 상권 또한 그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전주시를 관광도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주의 실제 관광 현황은 어떨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데이터 보부상인 LGU+ 이종수 책임이 유동 인구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전라도 전체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요? 2023년 8월 방문자 수를 기준으로 전주시는 4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는 2위라고 합니다. 1위는 429만 명이 찾은 전라남도 여수시입니다. 티브릿지 박해성 대표의 고향이라네요.
이종수 책임이 관광 활성화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습니다. 일단 '관광객 지수'라고 명명해보죠. 거주자 인구 대비 관광객 비중을 수치화한 개념입니다. 여수시의 거주인구는 25만 명으로 관광객 지수는 17.16으로 집계됐고, 전주시는 6.55로 확인됐습니다. 인구가 61만 명 규모라 관광객 지수가 여수시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아마도 인구 규모나 산업 기반으로 판단할 때, 전주시는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방문객 추이도 분석해보았습니다. 올해 2월에 250만 명 수준이던 방문객은 9월에는 42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40~70대의 남성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AI·빅데이터 상권분석 전문가인 김영갑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30세대의 방문이 두드러지는 경주시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20대의 경주 황리단길 vs. 40대의 전주한옥마을'. 경주와 전주 모두 역사문화도시의 성격이 강하지만, 콘텐츠의 차별성이 두 도시의 이미지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초반부 촬영에서 한옥마을이 자리한 완산구가 덕진구보다 소비 유입이 활발하다는 언급이 있었는데요, 전주시 전반적으로 봤을 때 한옥마을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까요?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영갑 교수가 단언합니다. 완산구의 한옥마을과 남부시장 등이 상당수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방문객 규모에 비해 체류시간과 소비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이 그 이유입니다.
완산구의 음식업 지출 비율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수많은 관광지 상권을 보유한 경주시의 음식업 비중이 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전주시는 34%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체류·숙박 기간이 줄어들고 외식업 비중조차 저조한 현상은 '전주시가 보유한 자원을 다양한 소비로 연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점진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해가기 때문'이라는 게 머천다이징 관점에서 본 김영갑 교수의 진단입니다.
물론 지역별로 살펴보면 한옥마을이 위치한 풍남동의 음식업 지출 비중은 52%의 높은 수준을 기록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유입된 외부 소비가 풍남동 내에만 한정되어 완산구, 나아가 전주시 전체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주를 대표하는 비빔밥, 국밥, 막걸리 등도 현재는 트렌디한 이미지 형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광도시로서의 전주는 단순히 단체관광객이나 어르신들이 스쳐 지나가는, 잠시 들르는 그런 곳으로 전락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종수 책임의 분석에 따르면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현재까지는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옥마을 등의 관광 명소가 있음에도 외국인들에게 강력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중국인이나 미국인 등을 중심으로 장기체류 인원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어 향후에는 외국인 방문객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주시의 발전을 위해 애정 어린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박해성 대표가 촬영 마무리에 들어갑니다. 먼저 이종수 책임이 인구 동향의 관점에서 의견을 전합니다. 주변의 김제시, 완주군 등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조성되면서 전주시의 높은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해당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거 안정성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전주시의 인구유출을 방지하는 핵심이라는 설명입니다.
주시태 실장은 전주시가 방문객보다는 정주인구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합니다. 적정한 규모의 인구를 확보하고 있어 정주인구 기반의 내수경제만으로도 도시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일 것입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유치와 함께 주거단지 개발 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배경이겠죠. 이러한 방향성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전주시가 보유한 최고의 강점 하나를 방치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존재합니다. 우수한 관광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사이에 점차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관광도시라는 평판마저 사라진다면 이를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할 것입니다. 정책 방향의 '균형'이 필요하다, 주시태 실장이 정리했습니다.
전라북도의 맏형인 전주시는 김영갑 교수의 상권분석 용어로는 '앵커'도시입니다. 과거 블루보틀 1호점이 앵커가 되어 성수동이 전국 최고의 '핫플'로 부상하게 된 과정을 분석했던 서울시 성동구 촬영 내용이 기억나시나요? 전주시가 전북의 블루보틀 역할을 한다면 인구·소비 유입과 경제적 가치 창출 등 전북 전체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라북도에서는 전주시만, 전주시에서는 완산구만, 완산구에서는 풍남동만 그럭저럭 유지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깊이 알아갈수록,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애정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 <킹메이커>가 탐구해 온 도시들도 그렇고요, 각자의 데이터 조각을 가지고 호흡을 맞추며 하나씩 완전한 도시의 모습을 그려온 우리 팀도 그렇습니다. 시작할 때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4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니 정말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티브릿지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해주신 여러분들, 그리고 바쁜 시간 쪼개 준비하고 촬영하며 전문적인 식견과 오랜 노하우를 함께 나눠주신 김영갑 교수님, 주시태 실장님, 이종수 책임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똑바로 읽고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 여론조사 & 데이터 컨설팅 전문기관 <티브릿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