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여의대교] '조국'을 대하는 민주당의 복잡한 계산, 이유는…
- 작성일2024/03/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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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창당 이후 열흘이 지난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2024년 3월 1주(5~7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1%, 조국 신당 6%,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진보당 각각 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례대표 정당에 관한 질문에는 국민의힘 비례정당 37%,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 25%, 조국 신당 15%, 개혁신당 5%, 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 각각 2% 순이었습니다.
전직 여야 대표를 지낸 이낙연, 이준석 씨가 중심이 된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의 지지도와 견주어봐도 조국혁신당이 확실히 제3지대의 선두로 자리잡은 모습입니다.
조국혁신당의 성공적 행보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어떤 특성을 가졌을까요?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 구도에 변화를 가져오는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초대 당대표로 선출된 조국 대표가 수락 연설에서 표명한 심정입니다.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종식을 '운명적으로 주어진 소명'이라고 말했습니다.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딸 조민 씨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죠. 조국혁신당의 출범 배경에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복수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민심은 일단 '기대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여야의 지지율이 요동치는 시점에서 조국혁신당의 전략적 판단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은 건재하다. △공천과정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 흐름이 뚜렷하다. △중도·무당층을 지지기반화 한다는 목표를 가지기에는 이미 양극화된 우리 정치 환경의 한계가 분명하다.
제 분석으로는 '검찰개혁'과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표되는 조국혁신당의 전략은 이러한 상황 인식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면서도 이른바 '이재명 당'에 회의적인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생겼습니다. 민주당이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박홍근 당시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 단장)"던 초기의 입장을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이재명 대표)"라고 전환한 배경에는 조국혁신당의 포지셔닝(위치선정) 전략이 주효했으며, 따라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지역구 득표에서조차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 형성은 조 대표가 주도했으며, 그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이들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갤럽(3월 5~7일)의 '총선 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지역별로는 광주/전라(20%), 성별로는 남성(16%), 연령별로는 50대(28%)와 40대(24%)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62%만 더불어민주당 중심 비례연합정당에 투표하겠다고 했고, 26%가 조국혁신당을 선택했습니다. 진보성향 응답자의 경우 32%가, 중도성향에서도 13%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기반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남, 4050 세대, 진보층 등을 중심으로 민주당의 잠재적 지지기반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영향력을 인정하여 협력 관계를 맺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지지층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의 위치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공천 갈등 등으로 축소되던 민주·진보진영의 전체 규모를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갤럽의 2월 5주(27~29일)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33%와 40%로 7%P의 격차가 있었습니다. 조국혁신당 창당 직후인 다음 주 조사(3월 5~7일)에서는 민주당(31%)과 조국혁신당(6%)의 지지도 합계가 국민의힘(37%)과 같아졌습니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도와 비례정당 지지도 간의 차이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조국혁신당의 정당 지지도는 6%였지만, 비례대표 투표 의향에서는 15%의 지지를 획득했습니다(한국갤럽, 3월 5~7일). 이는 조국혁신당이 독자적인 선호도보다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대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국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을 비례 중심 정당으로 선언한 점, 그리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불만족 등도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2016년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의 3자 구도로 실시된 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에 투표한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존재했습니다. 조국 대표식으로 표현하자면 '지민비국'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교차 투표층은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으나, 민주당에 대한 정당일체감도 낮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선거 구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으며 전략적으로 분할투표를 선택하는 집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이틀간(2016년 4월 11~12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도는 17%를 기록했는데 응답자 계층별로 보면 광주/전라(37%), 남성(19%), 50대(25%)와 40대(20%)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현재의 조국혁신당 지지층과 일치합니다. 민주당을 견제하려는 세력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중도·무당층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지지층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집단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핵심 지지층과 구분하기 위해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이라고 명명해보겠습니다. 2016년 총선 이후 국민의당의 쇠퇴와 함께 견고한 양당 체제가 강화되면서 이 집단은 거의 소멸하는 듯했으나, 조국혁신당의 부상이 이들을 다시 정치무대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제3지대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투표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6년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27%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었는데요, 2024년의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변수가 거의 없어 민주당의 우세가 예상되던 상황은 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예측불가능한 격전의 장으로 변모했습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약진과 민주당의 공천 논란 등으로 약화되는 듯했던 윤석열 정부 견제론은, 정권 심판 자체가 창당 목적인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민주·진보 잠재 지지층의 관심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조국 대표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없이, 조국혁신당의 창당에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조국혁신당이 이번 선거의 핵심 변수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선거 양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4월 10일 저녁에는 현명한 시민들의 최종 판단을 진지하게 지켜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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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ver.com/hotissue/main?sid1=163&cid=20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