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여론조사, 규제만이 답일까요?
- 작성일2023/07/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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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선거여론조사를 어느 정도까지 규제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세계적으로 선거여론조사를 규제하는 국가는 드뭅니다. 이는 유권자의 알권리와 언론사, 조사기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선거여론조사의 품질을 어떻게 관리할까요? 대부분은 관련 협회 등을 통한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캐나다 정도가 예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전 세계 2,000명 이상의 여론 및 조사 연구 전문가로 구성된 '미국 여론조사 협회 (AAPOR, American Association for Public Opinion Research)'의 조사 원칙을 따릅니다. AAPOR은 2014년부터 '투명성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는데, 이는 조사기관이 결과를 발표할 때 방법론적 절차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공개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를 제외하고 유럽 여론 및 마케팅 연구 협회 (ESOMAR, European Society for Opinion and Marketing Research)와 국제상공회의소 (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의 공동 강령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역시 여론조사 및 발표에 관한 기본 원칙입니다.
프랑스는 1977년에 제정된 '여론조사 공표·전파법'이라는 법령을 통해, 캐나다는 2000년 선거법에 여론조사 결과 공개 시의 정보공개 규정을 신설하여 선거 여론조사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선거법 개정과 2014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설치를 통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선거 여론조사를 규제하는 이유는 예전에는 응답을 조작하거나 결과를 왜곡하는 등의 부정한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고 특정 후보의 홍보에 악용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AAPOR이나 유럽의 ESOMAR처럼 여론이나 조사 관련 전문 조직이 없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하여 규제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의 강력한 규제를 통해 전반적인 여론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성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유럽, 프랑스, 캐나다 등과 우리나라의 선거 여론조사 규제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규제의 범위는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의 선거 여론조사 기준은 공표·보도하지 않는 비 공표용 조사에도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선거여론조사 기준’ 제1조에서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을 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비 공표용 기준에 과도하게 공표용 기준이 적용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후보자는 여론조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선거를 앞두고 공들여 모은 당원과 지지자 리스트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사람들이 투표하러 나올지, 후보를 알고 있는지, 후보를 지지하는지, 어떤 공약이 매력적인지, 정당의 지지층인지 등을 알아보고 선거 전략을 짜고 싶은데 방법이 없습니다. 공표용 기준 중 '표본의 대표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신고서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사를 비 공표용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도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수년 동안 제기되어 왔습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관련 질의가 있었고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입법 미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법령이 공표용과 비 공표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는 행정 편의성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모든 여론조사를 공표용 기준으로 재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여론조사의 비중과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이 바람직한지는 차지하고, 그렇기에 여론조사 기관의 자율에만 맡기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조사의 목적을 가리지 않고 엄격한 규제를 시행함으로써 후보자나 기관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속히 법령과 기준이 정비되어 조사 품질의 향상과 함께 알권리, 표현의 자유, 자율성과 같은 가치가 보호되고 인정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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