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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박해성의 여의대교] 정권 초기부터 드러난 '조기 레임덕', 민주당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 작성일2024/03/04 10:27
    • 조회 1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5년 차 4분기 직무수행 평가 평균값을 보겠습니다(한국갤럽). 14대 김영삼 6%, 15대 김대중 24%, 16대 노무현 27%, 17대 이명박 24%, 19대 문재인 42%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은 2016년 10월 24%였는데, 이 시점에 국정농단 파문이 일어났습니다.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확산하는 가운데 11~12월 지지도는 5%로 급락하고 2017년 3월 10일 탄핵 됐습니다. ​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27%입니다(전국지표조사, 4월 29일~5월 1일). 선거 직전에 비해 10%P 정도가 떨어졌습니다. 참여정부의 임기 말 수준과 같습니다. ​

    대통령제가 지닌 단임제의 특성상 막바지에 권력이 약화되는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윤석열 정부가 아직 3년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조기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범 초기부터 여러 국정 분야에서 드러난 소통 부재와 역량 부족으로 20~30%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해온 상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적 여론과 여소야대 정국이라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갈까요?

     

    22대 총선이 마무리된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요청한 영수 회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아홉 번째 제안이었습니다. 총선 패배 이후 9일이 지나서야 602일 동안 거절해오던 영수 회담이 성사되었습니다. 지난 2일 여야가 수정 합의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통령실은 영수 회담의 결실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정치권의 협력 시대가 시작된 것일까요? '채상병 특검법'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주도하여 처리했는데, 이는 이태원 특별법 본회의 통과 이후 단 한 시간 만의 일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취임 후 열 번째 재의 요구가 될 것입니다. 현재는 당내 이탈표 발생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며 단합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정부·여당과 협조할 동기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강성 체제로 원내 진용을 구축한 민주당은 국회를 중심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보이며 정국 주도권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국혁신당의 가세로 23대 국회에서는 선명성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국 대표는 "1차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레임덕을, 두 번째는 데드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데드덕(Dead duck)은 권력이 공백 상태가 된 것을 의미합니다.

    국민의힘조차 현 정부와 거리두기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권력의 동향에 예민한 검찰마저 대통령 부부를 향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면, 남은 임기 동안 유명무실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5년 전체를 여소야대 정국에서 운영해야 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총선 패배 이후 영수회담 개최를 결정하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준비에 착수하는 등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이미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야권은 과연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과거를 돌아보면, 24%라는 동일한 지지율로 퇴임한 김대중, 이명박 두 대통령 시기에는 여당이 정권을 지켜냈습니다. 이는 3김시대 청산과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건 노무현 후보, 여당 속의 야당을 자처하며 중도를 파고든 박근혜 후보가 지닌 독특한 매력과 미래상이 실망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승리 비결은 단순한 계승이 아닌 과감한 차별화 전략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막바지까지 40%대의 견고한 지지기반을 유지하며 '레임덕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5년 만에 정권은 보수 진영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반드시 정권 연장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낮은 지지율이 곧바로 정권 교체를 의미하지도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Choose the Lesser Of Two Evils(차악(次惡)의 선택)."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예상되는 미국 대선의 화두입니다. 2022년 우리나라 대선 역시 '역대급 비호감 대결'이란 꼬리표를 달았습니다. 반대 후보에 대한 거부감으로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지지는 순식간에 냉각되었습니다. 반감에 기대어 얻은 권력은 그만큼 짧은 수명을 지닐 수밖에 없나 봅니다.

    이제 이재명 대표가 맞서야 할 상대는 대통령만이 아닐 것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많은 정치인들이 이미 포스트 윤석열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기 레임덕 국면에서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전망입니다. 정파를 초월해 뛰어난 역량과 높은 호감도를 갖춘 정치인이라면 언제든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2000년 민주당의 총선 압승 직후 4월 4주 차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3%, 미래통합당 19%를 기록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둔 2022년 지방선거 이후 6월 4주 차에는 민주당 28%, 국민의힘 42%를 나타냈습니다(이상 한국갤럽). 통상적으로 선거 이후에는 승리한 정당의 우세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 종료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29%, 국민의힘 31%로 나타났습니다(전국지표조사, 4월 29일~5월 1일). 민주당은 이 수치가 담고 있는 함의를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보다 진보적인 이는 민주당이 진보적인 노선을 구현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중도 합리파는 과연 민주당이 대안 정치 세력으로 실력, 능력을 겸비한 당인가에 대해 의심한다."

    이는 민주당이 2022년 지방선거 패배 후 구성한 새로고침위원회의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가 내린 진단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러한 근본적 질문들에 답하는 대신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는 민주당이 오래도록 미뤄온 숙제를 해결할 시간입니다. 2027년 대선에서는 시민들이 희망찬 비전과 검증된 역량 사이에서 긍정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주길 기대합니다.

    *글을 쓸 때 당시, 한국갤럽 5월 첫째 주 조사는 쉬었습니다. 현재 국정운영 평가와 정당 지지도는 같은 조사방법(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을 사용한 전국지표조사 결과를 인용했음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