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유튜브 촬영일기 5 - 서울시 성동구 (상)편
- 작성일2024/01/10 16:04
- 조회 248
성수동 -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지역
성수동의 매력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색다름’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블루보틀 해외 진출 두 번째 국가였기 때문에 언론이나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웠죠.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른 2017년 12월 기사들을 보면, 블루보틀은 성수가 아닌 강남에 1호점을 오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체적인 과정은 모르겠습니다만, 블루보틀 1호점은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에 들어서게 됩니다. 성수만의 독특한 색깔 덕분일지도요.
앵커(anchor)는 선박을 정박할 때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닻을 의미하는데요, 특정 상권을 대표하거나 대형 상가의 핵심이 되는 유명 점포를 뜻하는 말로 앵커스토어(anchor stor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블루보틀이 성수동의 앵커 스토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오픈 첫날 개점 직전,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무려 12,000여 명이나 됐다고 하니까요. 초기에는 매장에 들어서기까지 1시간 30분 이상을 대기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블루보틀이 들어오면서 성수동이 떴다' 라기엔 무리고 있고, '성수동이 블루보틀 1호점 유치에 성공했다'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십.년.적.공.
빅데이터 상권분석 전문가 김영갑 교수의 표현입니다. “십 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으로 성취해낸 것”이라는 말로 성동구가 확보한 경쟁력을 애정을 담아 평가했습니다. 김영갑 교수는 두 가지 포인트를 짚어냅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성이 강한 개인 점포가 들어오게 하는 것,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예방하는 것.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네, 빅데이터 도시 분석을 진행하면서 공부 많이 하게 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는 건 결국 상권 자체가 몰락하게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해당 현상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로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이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상가 공실률이 2023년 1분기 38%를 기록하면서 중앙도로의 매장까지 텅텅 비어가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성동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젠트리피케이션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는지 나이스 지니 데이터 주시태 실장이 분석에 나섰습니다. 비싸진 임차료로 자리에서 내몰리게 된 개성 있는 가게들이 성수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자, 성동구가 발 빠르게 조례를 제정합니다.
한마디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중재'에 나선 건데요, 먼저 임차인을 위해 임차료 상승 상한선을 정하거나, 몇 년간의 기간을 보장한다는 하는 내용을 성문화(成文化)했습니다. 물론, 임대인을 위한 조치도 병행했다고 합니다. 건물을 개·증축할 때 용적률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조례는 작년부터 시행하는 <지역 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모태가 되었고, 일부 교과서에 지방자치 성공사례로 실리기까지 했습니다.
성동구의 창의적 행정에 감탄한 티브릿지의 박해성 대표가 질문합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라고 고민이 없진 않을 텐데, 유동 성수동이 오랫동안 매력을 유지하는 요인이 뭘까요?"
“상권이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춰준 것이죠”
주시태 실장의 간명한 답변입니다.
소위 잘나가는 가게들에 소비자가 질릴 때쯤 그 자리를 대체할 다양한 점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왜? 상권이 좋은데 임차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요. 소비자는 방문할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니 계속 찾게 되고, 공실이 생길 틈이 없으니 건물주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지방행정이 이렇게나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니, 그 중요성이 와닿네요.
성동구의 인구가 서울에서 네번째로 작은 규모라고 알려드렸던 1편,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소비 수준은 2023년 7월 기준으로 2,414억 원에 달하며, 인구 규모와는 달리 25개 구 중 15위나 된다고 합니다. 외지인의 방문과 소비가 많다는 걸 시사합니다.
김영갑 교수는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전체의 소비금액은 외식이 41%, 소매가 42%, 서비스가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동구는 이 비율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외식비의 비중은 48%, 소매가 36%, 서비스가 16%입니다. 특히 외식비가 총소비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영갑 교수는 이에 대해 일련의 트렌드를 감지하고,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음식업에 더 많은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엔 유동 인구 전문가 LGU+ 이종수 책임이 성수동과 서울의 다른 핫플레이스들을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성수동과 같은 군집에 있는 행정동은 연남동, 서교동, 신촌동, 역삼동, 한남동, 압구정동, 종로 등이라고 하는데요, 이 중 유동 인구와 청년 비중이 높은 세 개 동은 성수동, 서교동, 신촌동입니다. 서교동은 이른바 '홍대거리'로 알려진 지역이죠.
올해 7월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성수동의 생활인구는 약 7만 명인데, 서교동(5만 명)에 비해 40% 정도 많습니다. 압구정동과 비교해 보아도 생활인구를 포함한 대부분 지수가 두 배 정도 더 높습니다. 성수동에 가보고 싶은 여의도 아저씨, 박해성 대표가 물어봅니다. “성수동은 언제가 가장 한적합니까?”
아, 핫플레이스가 가장 차가울 때 방문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북적거리는 게 싫은 세대니까요. LGU+에 따르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의 평일, 그리고 주말은 꾸준하게 인파가 몰린다는군요. 다소 한적한 성수를 접하고 싶다면 금요일 방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성동구청장이라면?’라는 가정으로 성동구의 이야기를 매듭짓습니다.
이종수 책임 : "좋은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시면 좋겠습니다."
문화산업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일도 이종수 책임의 업무 중 하나라, 성수의 문화 콘텐츠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그라운드 시소’라는 전시관과 제휴해 혜택을 제공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성수가 문화를 통한 공간 재생의 좋은 사례이니만큼, 이런 측면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주시태 실장 : "성수동에 가려진 성동구의 다른 지역들에도 특성에 맞는 옷을 입혀주세요."
성남시 편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죠. 현재 성동구에서 호황을 누리는 지역들은 성수, 왕십리, 한양대 등과 같은 지하철 2호선 일대입니다. 성동구에는 다른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동들이 있는데, 3호선의 옥수, 금호, 5호선의 행장, 마장, 답십리, 장한평, 경의중앙선의 응봉 등입니다. 성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어 있는 지역들이네요. 성수동의 성공이 불균형을 심화시켜 전체적인 쇠락을 가져오지 않도록, 성동구의 새로운 전략을 기대해 봅니다.
김영갑 교수 : "위험수위에 다다른 임차료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상권이 지속적으로 성장만 할 수는 없습니다. 안정적 성숙기로 접어들게 되거나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두 가지 방향이 있죠. 성수동은 ‘성장기의 끝에 도달하고 있다’라는 게 김영갑 교수의 진단입니다. 성숙과 쇠퇴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임차료 수준이라고 합니다. 성동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수동의 임차료는 정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지방정부가 다시 나설 시점이 된 거죠. 데이터에 기반한 상권분석, 증거기반(evidence-based) 정책이 중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성수동은 이제 ‘힙스터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프런티어를 찾아온 용감한 도전자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고, 상생을 위한 정치적 노력을 기울여 정착시킨 성동구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 잘했다." 티브릿지 박해성 대표가 진심을 담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데이터 선거라는 또 다른 프런티어에 도전하는 개척자들인 네 명의 아저씨는, 금요일 성수동 회식 일정을 잡기 위해 부랴부랴 휴대전화를 꺼내드느라 분주해졌습니다.